1.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역사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한국 천주교 성지이자, 역사박물관입니다. 이 박물관이 위치한 서소문은 1801년 신유박해부터 1866년 병인박해에 이르기까지 많은 천주교인들이 처형된 박해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 한양은 경복궁을 중심으로 동대문(흥인문),서대문(돈의문),남대문(숭례문),북대문(숙천문)을 4방위에 두고 있었고 이 문들 사이에 작은 문을 두어 도시를 구획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궁과 연결되는 문들은 사람과 물자가 모이는 핵심지역이 되었고 특히 당시 이 지역은, 숭례문, 소의문(서소문), 돈의문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만초천을 따라 서강, 용산, 마포 쪽 포구로 이어져 있어 한양의 가장 번화한 장소 중 하나였습니다.
1973년 이후 근린공원으로 지정되었지만 경의선 철로와 고가도로가 들어서며 접근이 어려워졌고 이후 시민들을 위해 잘 활용되지 못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1996년 이후부터 공용주차장으로 활용되던 지하4층의 11,000평 부지를 2014년 리모델링을 위해 현상 공모 설계를 진행했고 인터커드, 보이드아키텍트, 레스건축의 컨소시엄 '인시티 인그레이빙 더 파크' 디자인이 당선되며 2019년 6월 완공에 이르렀습니다. 역사기념 공간으로 건립하게 되면서 역사적인 가치와 시대정신을 품은 한국 천주교의 성소일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가치 있는 현재의 모습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2. 건축과 디자인
서소문성지역사 박물관의 건축은 지하 4층 규모의 건물로 과거 주차장이었던 형태가 일부 건축적인 그리드 형태의 요소로 남아있습니다. 지상의 공원을 지나 지하 입구로 들어오면 내부 전시공간들이 완만한 경사로 이어져 있고 지하 2층에는 성 정하상 기념경당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경사를 따라 내려간 지하 3층에는 콘솔레이션홀이 있고 바로 옆 외부로 나가면 지하 3층에서 하늘을 볼 수 있는 하늘 광장이 있습니다. 이곳의 건축은 주로 붉은 점토 벽돌을 활용했습니다. 이 붉은 벽돌들은 균일하게 쌓아 올려져 단단하고 거대한 벽이 되고 하늘 위로 곧게 올라갑니다. 이 재료가 만들어내는 선명한 직선의 경험이 매우 강렬합니다. 또 다른 내부 전시 공간에서는 이 직선과 대조되는 아치형태의 공간 구성과 빛이 전시 공간 전체를 비추고 관람자는 이 전시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지하 3층 콘솔레이션홀에서는 사방의 어둠과 커다란 벽을 마주하게 되고 바깥 하늘의 자연 빛을 끌어들인 빛우물과 바닥의 물길 빛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선을 어둠에서 하늘광장 외부로 향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내 지하 3층 하늘광장에서 바라본 지상위 하늘을 보게 되고, 땅과 하늘과 그 사이에 서 있는 나 자신을 경험하며 체험의 깊이를 더 깊게 가져가게 됩니다.
3. 방문 소감
이곳은 건축적으로 아름다운 사진을 많이 봤었기에 잘 안다고 생각 했었는데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인간은 경험해 보기 전까진,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그 생각은 참 무의미 하단걸 이곳을 가보고 또 느꼈습니다.
저는 이 박물관의 건축적, 디자인적인 의미 뿐만 아니라 서소문의 지역 역사에 대해 굉장히 내실 있게 설명하고 있는 전시 내용 자체도 흥미로웠습니다. 서소문지역에 종사하는 지역민들의 업종 통계를 보면 동쪽보다 상인이 많았다던가 하는 실증적인 내용부터 당시 천주교 박해와 동학농민운동 억압에 대한 기록들까지, 200년 전 일어나 현재의 나에게 영향을 미친 그 일들이 매우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억압 속에서도 단단하게 대면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선택을 죽음으로 받아들인 자들의 경건함이 마치 붉은 벽돌의 거대한 매스감과 직선으로 표현된 것 같았습니다.
지하 3층에 콘솔레이션홀에서의 경험은 너무나 특별했습니다. 순교한 5병의 성인의 유해를 모시고 있는 이곳은, 약 2M 높이의 정육면체가 떠 있고 어둠속에서 빛나는 정중앙의 빛과, 사방의 어두컴컴한 벽면은 순교자들에 대한 예와, 그리고 저 내면을 고요히 바라보게 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전시를 다 보고 나왔을 때 탁 트인 지상의 공원에서 시민들이 행복하게 오후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쁘게 가꾸어진 꽃들과 파란 하늘과 붉은 벽돌은 너무나 잘 어우러졌습니다. 이토록 복잡한 서울 시내 한가운데 이토록 고요하게 침잠할 수 있는 공간과 건축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