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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 조경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후기

by daily traveler 2024. 5. 15.

1. 정영선 조경가에 대해 알아보기

정영선 조경가는 현재 대한민국 1세대 조경가라고 불리는 분입니다. 그녀의 작업은 수없이 많지만, 유명한 조경 작업 사례로 들면 여의도 샛강, 선유도공원, 국립중앙박물관, 광화문광장, 청계광장, 서울아산병원 정원등 서울 시민이라면 방문해 봤음직한 곳의 조경 작업을 했습니다. 1941년 경북 출생으로, 1973년 서울대 조경학과 1기로 입학했습니다.  1980년 국토개기술사로 일했고, 그 이후 1987년 조경설계 서안을 설립하면서 전문적인 조경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한 작업은 아시아선수촌아파트(1984), 예술의전당(1984), 올림픽선수 기자촌(1985), 호암미술관 희원(1997), 청계천 복원사(제1공구), 서울식물원등 대한민국의 건설 계보에서 눈에 띌만한 굉장히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했습니다. 

서구에서 시작된 조경의 개념을, 대한민국 국토와 경관 역사적 맥락에 맞게 풀어 정착시키고 발전시킨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이 땅에 숨쉬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 소개

2024년 4월 5일부터 9월 2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7전시관에서 정영선 조경가의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전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 최초 여성 조경가의 반세기에 걸친 생생한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는 개인전입니다. 

조경은 회화, 조각, 산업디자인, 건축, 토목, 도시계획등 여러 분야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종합 예술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서 그녀가 진행했던 국가, 지역, 민간 기업의 주요 프로젝트들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각 분야와 연결되고 조정해 나가고 조경가로서, 자신의 의견을 고수해 나가며 조경작업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전시관 건물 중정에 정영선 님의 조경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고, 국립현대미술관 뒤편의 종친부 마당에도 꾸며진 정원을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전시관에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의 스케치, 모형, 사진 및 직접 기록한 노트 자료등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그녀의 대표작들을 통해 조경이 단순히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에서 넘어 어떻게 자연과 건축물이 조화를 이르고, 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쉼과 휴식을 제공하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전시입니다. 

 

3. 후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만나본 그녀의 작업들이 시간대별로 아카이브 된 스케치들을 보며, 마치 서울의 도시 개발 역사 속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역사 속에서 한 명의 개인이자, 또 조경 업무 실무자로서의 치열한 고민들을 생생하게 보는 느낌이 들어 대단하고, 경외롭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 그녀가 한국의 전통 조경에 대해 고민한 메모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젊은 조경 실무자로서 한국의 조경에 대해 규명하고 정의해 나가고자 치열하게 고민한 그녀의 마음이 보였고 일면 애틋함까지 느껴졌습니다. 

"당신들도, 당신들의 정원이 멋있다, 그윽하다, 풍류적이다 라고 말하느냐? " 라는 중국, 일본의 선진 조경기술을 가진 자들의 물음에 항상 답이 곤궁해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노트에는 저 질문 아래 이렇게 적혀져 있습니다. 

"우리 정원...제 모습을 오롯이 지닌 우리 정원은 숫적으로 너무나 적다. 일본 사기에 백제의 노자공이라는 사람이 일본에 최초로 정원을 만들었따는 기록이 있었다 해서 우리가 우월하다는 황당한 문화적 우월성을 내세우기 전에,

도면도, 기록도 제대로 남아 있지 않는 우리 정원을 어떻게 그 아름다움을 해석하고 전달하고 정말, 정말 좋았어를 새겨줄 수 있을까"

 

전시회 제목같이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들의 본연의 모습과 생명력을 사랑하는 그녀의 철학에서 삶을 조경으로 수놓고, 시 쓰는 시인이자 예술가이자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선유도의 조경을 좋아합니다. 사실 지금같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점의 선유도는 진한 녹색으로 옷을 갈아입고, 그 푸릇함들이 농밀하게 드리워져 있어 조경이라고 느껴지기보다 자연 그 자체의 질긴 생명력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그렇게 아마도 그녀는 살아있는 모든 생명력이 생장하는 그 힘을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전시관 가운데 만들어진 공원에서 다채로운 꽃들, 흙냄새, 조용함을 느껴보고 나와서 종친회 공원에 만들어진 소담스러운 꽃과 탁 트인 정원과 하늘을 보는 것도 꼭 추천드립니다.